November 17, 2013

동갑 사촌남의 고백

참..살다보니 이런경우가 있네요.
제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난감해서 글 올려요.
전 29살 처자구요, 
저한테는 저랑 동갑 내기 사촌이 있습니다.
외가쪽 이구요.. 저희 외삼촌의 아들이죠..
어릴때부터 같은 동네 살아서 친하구요.. 친척들 모이면 그래도 같은 또래라
사촌들끼리 모여서 술도 한잔씩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던 사이인데...한번도 단 둘이서 사적으로(?) 만난적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친구가 새벽에 전화가 왔어요~ 
가족들하고 동네에서 술 한잔 하고 바람쐴겸 밖에있다가 전화한다고..
아~ 그러냐구..난 니가 갑자기 전화와서 놀랬다며 이런저런 이야기 했는데
언제 시간나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서 전 흔쾌히 그러자고 했죠
이녀석이 머 할말있나 ? 싶기도 하고~ 지금 이 친구가 사실 백수거든요..
그래서 많이 답답한가보다 생각했죠.. 저희 엄마두 같은 또래고 하니 
고민같은거 있음 들어도 주고 친하게 지내라구요..
그애가 사실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거의 집에만 있는.. 약간 히키코모리? 그런
증상이 있어서 거의 6개월이 넘게 집에만 틀어박혀 있거든요.
그래서 어른들이 걱정하고 하는데..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저녁에 만나서 간단히 맥주마시며 이야길 했죠..
이야기 하다가 그친구가 시간나면 영화도 보고 하잡니다.. 
영화 보고 싶은데 볼 친구가 없나보다 생각했죠.. 그래서 그래 담주에 
시간 봐서 보든지 하자 고 애매한 답을 했는데
저희 애인이 이 사실을 알고 좀 이상하다고 기분 나빠하드라구요..
그래서 전 그런거 아니라구.. 상황 설명을 해서 겨우 이해를 시켰어요..

영화 보기로 가약속(확실히 된다고는 말 안함) 한 전날, 전 생각도 안했는데
사촌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내일 영화보는거 되냐고.. 그래서 전 미안하다구 안될거 같다고 했어요..
그날 정말 시간이 안됐거든요..
자기는 그래도 일주일동안 이날만 기다렸는데 너무하단 식으로 이야길 하길래
왜저러나..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사촌이 오늘 저녁에 또 술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오늘은 안될거 같구, 담주에 시간날때 보자고 했더니
계속 조르는 거예요..오늘 아니면 안된다...할말 있다면서요.
그래서 우리동네까지 버스 두번 갈아타며 왔어요.. 그때 애인은 밖에서 기다리구.
저녁에 모임이 있어서 같이 가야하는데 그 사촌이 온다는 바람에 
좀 늦게 가기로 하고 애인은 밖에서 기다린거예요..
사촌이 오는 동안 애인과 싸웠어요... 왜 그애는 자꾸 연락하냐
그래서, 제가 할말있다는데 무슨말인지 들어보자구..오빠가 생각하는게 맞는지..
전 아닐꺼라면서 반신반의하며 나갔어요..

그런데...소주 한병을 마시더니..절 좋아한답니다.
애인있는거 아는데, 너도 나 좋아하니깐 전화 받아주고 한거 아니냐..
너만 좋다면..자긴 지금부터 직장도 잡고, 운전 면허도 따고, 똑바로 살겠다.
다 버릴수 있답니다...

저 순간.. 멍 했어요.
내가 이애한테 무슨 잘못된 행동한걸까?? 
당연히 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미안한데 난 너 그런 맘으로 대한거 아니라구..
내가 애인이 없다해도.. 우린 안된다고...
그러구 나서는 연락은 안했지만.. 맘이 불편하네요..
그집하구 저희집하고 친해서 어른들끼리 자주 만나고,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어른들은 모르시구요... 앞으로 만나면 그냥 태현한 척 해야하나요.. ㅜㅜ
친한 사촌 하나 잃어서...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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